배정남과 반려견 벨 이야기 | 함께 자란 시간과 배운 것
배정남과 반려견 ‘벨’
어떤 인연은 이름을 부르는 법부터 다르다.
그는 “우리 딸”이라 불렀고, 벨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그 사이를 오갔다.
1. 처음의 온도, 서로를 알아보던 시간
한 마디의 부름에 꼬리가 대답하던 나날이 있었다. 문 틈으로 스며드는 새벽 냄새, 현관 앞에 놓인 줄, 발소리를 닮아가는 보폭. 함께 걷는 법을 배우는 동안 둘의 하루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2. 멈춤과 다시, 재활이라는 이름의 희망
어느 날 걸음이 멈췄다. 몸이 먼저 지쳐버린 날, 그는 방법을 찾고 벨은 기다렸다. 작은 보조기, 조심스러운 스트레칭, 한 발 한 발에게 건네는 “괜찮아.” 오래 돌아가도 괜찮다고, 돌아가는 길에도 노을은 있다고.
기적은 커다란 소리로 오지 않았다. 떨리던 발끝이 바닥을 기억하고, 망설임이 리듬을 배우는 순간들. 그 작은 진보가 하루를 다시 세웠다.
3. 화면 속의 둘, 일상의 무늬가 되어
브라운관 너머로 전해진 것은 장면이 아니라 체온에 가까웠다. 밥그릇을 기울이는 손, 산책로의 그림자, 밤마다 적시던 기도 같은 마음. 보던 이들은 안도했고, 응원은 그들의 저녁을 환하게 밝혔다.
4. 예고 없는 이별, 말 대신 남은 것들
떠남은 언제나 문밖에 서 있다가 불쑥 들어온다. 부름에 대답하던 숨이 고요해지고, 집안의 공기가 낯설어진다. 빈 쿠션 하나가 방의 균형을 바꾸는 밤, 그는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기억을 더듬었다.
사진을 펼치고, 산책로를 다시 걷고, “고맙다”를 입 밖으로 꺼낸다. 그 말은 떠난 이를 위한 것이면서 남은 이를 위한 말이 된다.
5. 그럼에도 계속, 이어 쓰는 하루
개가 남긴 것은 발소리뿐이 아니다. 규칙적인 아침, 정직한 배고픔, 잠깐의 햇볕을 사랑하는 법. 그 단순한 진실들이 삶의 무늬를 바꾼다. 우리는 그 무늬를 닮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다정하게 산다.
6. 오늘의 다짐, 조용한 의식
- 사진 열 장을 골라 작은 액자에 담는다.
- 가장 좋아하던 길을 한 번 더 걷는다.
- “사랑했다”와 “고마웠다”를 오늘의 언어로 적는다.
7. 남는 문장
이별은 끝이 아니라, 함께였던 시간을 현재형으로 부르는 또 다른 방법이다.
부르던 이름을 다정히 접어 마음속 서랍에 넣어 두자. 필요할 때 꺼내 읽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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